상자에 가둔 발레
2013-15

Leeum, Samsung Museum of Art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 전시 전경,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 한국, 2015*
사진: 양혜규 스튜디오

* 원작과 달리 벽면 페인팅과 콜라주가 제외되고 <바람이 도는 궤도>가 추가됨



사진: ⓒ Leeum, Samsung Museum of Art



≪여럿의 폴리: 가브리엘 레스터, 양혜규≫ 전시 전경, 본 쿤스트페어라인, 본, 독일, 2014
사진, 동영상: 양혜규 스튜디오

외부와 단절된 연극 무대는 시공간을 포획한 일종의 상자가 된다. 이러한 ‘상자’ 개념으로 공간과 인물을 묶어 낸 <상자에 가둔 발레> 는 전시의 보편적 조건인 화이트큐브를 탈피하려는 시도이다. 작업군은 바우하우스의 교수였으며, 화가이자 조각가인 오스카 슐레머Oskar Schlemmer (1888«1943)의 대표작
<삼부작 발레>Triadic Ballet (1922)의 인물들을 재해석한다. <상자에 가둔 발레>는 2013년 개인전
«의성어적 율동의 기록»Journal of Echomimetic Motions(베르겐 쿤스트할, 노르웨이), 2014년 2인전
«여럿의 폴리»Follies, manifold(본 쿤스트페어라인, 독일)에서 각각 전시된 바 있으며,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다. 2013년의 원작 구성 방식과 달리 전시장 벽의 색면과 콜라주 연작 <신용양호자들>이 제외되고, <바람이 도는 궤도 – 놋쇠 도금>이 추가되었다. 새롭게 조합된 작업은 마주한 블라인드 설치작 <성채>를 상대하는 형상적 요소의 역할을 담당한다. 건축적인 구성으로서 <성채>와 형상적인
조각군으로서 <상자에 가둔 발레>는 양 끝을 나선형으로 감아 널찍이 대각선으로 당긴 테이프 선으로
연결된다.

<소리 나는 인물>은 공통적으로 금빛 방울로 온 표면이 덮힌 조각군 6점으로, 2점은 천장에 달리고,
나머지 4점은 바퀴가 달린 등신대로 서 있다. 마치 행성의 궤도인 양 전시장 바닥에 그려진 나선형 선상에 점점이 선 조각물은 형상적이면서도 슐레머의 원작대로 그 몸체가 기하학적이다. 신체를 구속하려는 듯 딱딱하고 조각적인 의상, 제한적인 움직임과 안무에 주목한 슐레머의 <삼부작 발레>는 이미 작가의 전작 <의상 동차動車>(2011-2012)에서 서구 아방가르드 미술사에 대한 참조물로 언급되었다. 이제까지 작가의 작업에서는 참조 작품과 해석작은 긴밀한 관계를 맺었음에도 형태적으로 유사성을 띄지 않은 반면,
<소리 나는 인물>은 드물게도 원작과 닮아 있다. <의상 동차>는 의상인 양 입고, 내부에 부착된 손잡이를 잡고 움직이는 탈 것에 가깝다. 이에 비해 <소리 나는 인물>은 조각 작품 자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의인화된 양상을 띤다. 즉 관객은 <의상 동차>처럼 조각물 안으로 들어가기보다는 마치 누군가를
마주하듯이 조각물 앞에 서서 춤을 청하게 된다. 조각을 밀거나 당기면 전시장 바닥면의 굴곡을 반영하는 미세한 흔들림으로 수많은 방울이 미묘한 쇳소리를 내며 공명을 일으킨다. 이 소리의 떨림은 서구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기계 혹은 로봇, 인형극 등의 관심에 작가가 가지는 호기심을 표현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궤도상에 함께 서 있는 <바람이 도는 궤도 – 놋쇠 도금>은 선풍기 8대의 머리가 3단으로 올려져 있는
기계-조각물이다. 전력으로 움직이는 선풍기 가운데 일부는 금색 방울을 달고 낮은 속도로 회전하는
날개를 가지고 바람과 함께 소리를 생성한다. 바람을 만드는 선풍기이기도 하고, 소리를 만드는
악기이기도 하며, 머리가 여럿 달린 기이한 기계와도 같다. <바람이 도는 궤도>가 공통적으로 반복하는 회전 운동은 방울을 시각적이며 청각적으로, 즉 공감각적으로 재현한다.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 전시 도록, 삼성미술관 Leeum, 서울, 한국, 2015)


작품 구성:

소리 나는 인물, 2013-

신용양호자들

바닥 테이핑

전시 이력: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 한국, 2015

≪여럿의 폴리: 가브리엘 레스터, 양혜규≫, 본 쿤스트페어라인, 본, 독일, 2014

≪의성어적 율동의 기록≫, 베르겐 쿤스트할, 베르겐, 노르웨이,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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