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채
2011
알루미늄 블라인드, 알루미늄 천장 구조물,
분체 도장, 강선, 무빙 라이트, 향 분사기(모닥불, 산안개, 침향나무, 우림, 삼나무, 바다,
베인 풀, 탐부티나무 향) *
420 x 2045 x 2123 cm
* 유황 화산향과 흙향은 2015년부터 모닥불향과 침향 나무향으로 대체되었다.
Courtesy of Kukje Gallery, Seoul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 전시 전경,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 한국, 2015
© Leeum, Samsung Museum of Art
«복수도착» 전시 전경, 브레겐츠 미술관, 브레겐츠, 오스트리아, 2011
사진: Markus Tretter
총 192개 블라인드로 이루어진 <성채>는 연면적footprint이 상당하다. 공간에 들어온 관객은 중첩된 블라인드 때문에 ‘눈이 먼 듯한’ 감각에 사로
잡히며, 좀 더 명확하게 주변을 인식하고자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내부로 들어가게 된다. 금속성의 은색 블라인드로 이루어진 작품은 주로 정사각형에 가까운 ‘성곽’과 그 내부와 외부에 수직으로 뻗은 ‘탑’으로 구성된다. 각도에 따라 음영과 농담이 달라지는 ‘탑’은
전시 공간의 층고를 환기시키며, 그 주변에 일종의 ‘탑돌이’를 할 수 있는 얼마간의 공간이 있다.
일반적으로 성채는 작은 마을로 풀이될 수 있는데, 불청객에게는 성채가 진입 장벽이 되고, 마을 주민에게는 울타리 역할을 하면서 내부적 결속을 다지는 단위가 되기 때문이다. 장 뤽 낭시Jean Luc Nancy(1940-)가 말했듯, 이 울타리는 공동체에 속하지 않는 타자를 제외할 수 있으며, 배타적인 결속력을 공고히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배타적인 ‘공동체에 도전’하기 위한 조각적인 방법론으로 작가는 블라인드 소재를 도입한다. <성채>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블라인드는 대부분 관객의 상반신 높이에 걸려 중첩되어 시야를 방해할 뿐 아니라 우리의 동작/전진을 막아서거나 이동 경로를 통제하기도 한다.
물론 블라인드는 시선을 한 번에 완벽히 차단하지는 않으며, 점점이 천장에서부터 늘어뜨린 향 분사기가 뿜어내는 냄새도 블라인드 사이를 넘나든다.
<성채>의 구조 밖에서는 블라인드의 밀집도가 높은 부분을 관통해 그 건너편을 생생하게 바라볼 수 없다. 이에 따라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시야와 신체는 함께 성채 안 어디에선가 길을 잃는다. 자발적으로 신체를 움직여 내부로 향하는 이 모험은 결국 <성채>의 시각적 장벽의 두께를 얇게 만들고 시선을 자유롭게 하는 운동이다. 또한 일반적 블라인드의 기능이 그러하듯, 밖에서 조명이 비춰올 때 우리s는 안에서 밖을 내다볼 수 있지만,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다. 즉 안으로 진입해야만 외부를 바라볼 수 있다. 장벽을 관통하고자 하는 무의식적 욕망에 이끌려 산책하다 보면 어느덧 반대 지점에서 <성채>를조망하게 된다.
<성채>의 외부에 설치된 무빙라이트 6대는 마치 입구를 찾듯이 끊임없이 운동하며, 서서히 움직이는 그림자를 드리운다. 프리즘 필터로 분산되어 자전을 계속하는 무빙라이트의 빛은 마치 파도, 구름 혹은 물 안으로 유입된 광선처럼 신비롭게 유영遊泳한다. 동작 감지기를 장착한 소형 향 분사기 8대는 각각 모닥불, 산안개, 우림, 바다 등의 인공 향을 관람객이 지나갈 때마다 풍기면서 서로 다른 시공간을 연상시킨다. 빛과 공기를 투과하는 블라인드의 물리적 속성을 통해 서로 다른 냄새는 비가시적, 비물리적으로 구역을 분화하고 재설정한다. 한편 무빙라이트로 생성된 빛의 무늬와 그림자는 반투명한 벽과 냄새의 구획을 가볍게 넘나들거나 중첩시킨다.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 전시 도록, 삼성미술관 Leeum, 서울, 한국, 2015)
전시 이력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 한국, 2015
≪복수도착≫, 브레겐츠 미술관, 브레겐츠, 오스트리아,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