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擬似-이교적 미니멀≫
2016년 3월 4일 – 4월 16일
그린 나프탈리, 뉴욕, 미국

≪의사擬似-이교적 미니멀≫ 전시 전경, 그린 나프탈리, 뉴욕, 미국, 2016
사진: Martha Fleming-Yves, Gustavo Murillo Fernández-Valdés


≪의사擬似-이교적 미니멀≫ 전시 전경, 그린 나프탈리, 뉴욕, 미국, 2016
영상: Gustavo Murillo Fernández-Valdés, Studio Haegue Yang

 

보도 자료

양혜규는 오는 3월 4일에 미국 전속화랑 그린 나프탈리(Greene Naftali)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2012년, 뉴욕에 소재한 그린 나프탈리에서 가진 개인전 ≪기도실≫이후 두 번째 개인전이다. 그린 나프탈리는 그간 양혜규의 다양한 신작 제작과 국제적인 미술 활동을 뒷받침해 왔다. 이번 개인전 ≪의사擬似-이교적 미니멀≫에서 작가는 근대 이래 산업화와 고대적 가치의 충돌 사이 긴장감을 바탕으로 한 ‘민속’ 개념에 천착한다. 이에 따라 짚풀 조각 연작을 포함한 다수의 신작 19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짚풀 공예뿐 아니라 공산품을 재료로 도입한 특유의 소재 연구 방법론에 다면적으로 접근한다.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갤러리 입구에 면한 외부 공간에는 야외 설치 작품 "불투명 바람 - 겸허한 회색 (2015)" 두 점이 나란히 서 있다. 건설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축 재료인 벽돌, 철근, 공업용 환풍기 등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시공간을 넘어 반복되는 이주노동과 이의 배경으로서 중동에 대한 양혜규의 접근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냉혹하지만 동시에 불가항력적인 세계 산업화의 역사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의 결과이다.
외부 공간을 지나면 ≪의사擬似-이교적 미니멀≫ 5점의 조각이 설치된 공간에 들어서게 된다. ‘짚풀 조각’ 연작 "중간 유형 (2015)"을 비롯하여 작가가 지속적으로 제작해 온 ‘소리 나는 조각’, ‘가구 조각’ 등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3점의 '짚풀 조각' 연작은 각각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특성을 띠는 동시에, 토속적 보편성과 독특한 현대성이 혼재한다. 짚풀을 엮어 덮은 철골 구조의 형태는 대체로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이며, 제사를 지내는 주술사나 신비로운 관념을 담은 토템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또한 전통적인 직조 방식을 채택하면서도 자연을 산업적으로 재현한 인공 소재, 즉 값 싸고 내구성이 향상된 인공 짚풀을 사용하였다. 작가는 민속적이고도 인류 공통적인 재료 및 짚풀 공예의 방법론을 통해 유사함과 상이함을 넘나드는 혼성 문화의 차원을 그린다. 마찬가지로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철골 구조를 금색 및 은색의 방울로 덮은 ‘소리 나는 조각’ 연작은 움직임에 따라 음향 효과를 수반한다. 방울은 정신적 우주로 연결되는 고대적 제식을 연상시키는 요소로서 각각 다른 시대와 지역에 거쳐 등장한다. 기하학적이면서도 유기적인 추상적 형상은 방울과 결합한다. 양혜규는 이외에도 다양한 인테리어 오브제와 장식품을 사용하여 일련의 ‘가구 조각’을 제작해 왔다. 신작 "평행 차원에 뿌리내린 수석 (2016)"은 대형 괴목에 소형 수석을 여러 개 결합하고, 이동이 가능하도록 조각 아래에 바퀴를 달아 제작했다. 오늘날 괴목은 대체로 우리의 눈 밖으로 물러나 쇠퇴한 취미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독특한 자연 형상을 읽고 의미를 투영하여 해석하는 애니미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주 전시장에서는 5 점의 블라인드 설치작 "솔 르윗 뒤집기 (2015)"와 이브 클라인 풍의 청색으로 도색된 벽이 대조를 이룬다. 가정이나 공공장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블라인드를 작품 재료로 도입하며 작업은 웅장하면서도 가벼이 공간을 점유한다. "솔 르윗 뒤집기" 연작은 미니멀리리즘 작가 솔 르윗(Sol LeWitt)의 기존 기하학적 구조를 백색의 블라인드로 대체함으로써 ‘뒤집고, 확장한다.’ 작품은 공간 내 움직임에 따라, 혹은 자연광의 미묘한 변화에 따라 기울고 중첩하는 물질성을 띤다. "솔 르윗 뒤집기" 연작은 작가의 기존 블라인드 작품에서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서사를 바탕으로 추상에 도달했던 양식에서 벗어난 일종의 전환점이 된다. 작품에서 양식적 구성을 타파하고 미니멀리즘의 맥락을 전유함으로써 색, 구조, 형태 등이 시사했던 일말의 서사에서 해방된다. "솔 르윗 뒤집기"에서 솔 르윗의 입방체는 블라인드의 선으로 대체된다. 2015년 이래 블라인드의 산업 규격에 맞춘 70 cm 격자 구조를 적용하여 원작의 크기를 확장하는 방법을 취했다. 이 작업은 공간에 맞춰 그 규모를 조율하여 일말의 무작위적 유동성을 부여함으로써, 또 다른 방식으로 엄격한 기하학에서 해방된다.
전시 마지막 공간인 측실로 이어지는 청색 벽면에는 콜라주 연작 "신용양호자들"이 구성된다. 2010년 시작된 '신용양호자들' 연작은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보안 무늬가 인쇄된 편지봉투 내면을 주 재료로 활용한다. 다양한 색과 무늬의 편지봉투는 세계 곳곳의 기관, 화랑, 동료의 지원으로 수집되었다. 초기작은 수평선, 파도, 굴절된 광선을 연상시키는 비교적 단순한 구성을 취했다. 최근으로 올수록 다수의 요소로 구성되어 다양한 각도로 걸리는 집합적 설치 경향을 띤다. 시선을 사로잡는 콜라주의 구성과 함께 벽면의 기하학적 도형은 공간 중앙을 차지한 조각에 도입된 짚풀의 직조 문양에서 따온 것이다. 이로써 토속 공예와 토템의 감각은 보다 강화된다. 금색 접착 시트로 그려진 부유하는 형태와 함께 공간의 서사적 범주는 더욱 확장된다.

 

전시 작품

 

야외

불투명 바람 – 겸허한 회색 #1, 2016

불투명 바람 – 겸허한 회색 #2, 2016

 

전실

중간 유형 – 비대칭 사족 더벅머리, 2016

중간 유형 – 용트림 복합체, 2016

중간 유형 – 태초의 구, 2016

소리 나는 구 – 평행 줄무늬 구리 니켈, 2015

평행 차원에 뿌리 내린 수석, 2016

 

주 전시실

솔 르윗 뒤집기 – 184배로 확장된, 다섯개의 모듈에 입각한 입방체 구조물 #73-A, 2016

솔 르윗 뒤집기 – 184배로 확장된, 다섯개의 모듈에 입각한 입방체 구조물 #73-B, 2016

솔 르윗 뒤집기 – 16배로 확장된, 벽면 조각 4 번, 2016

솔 르윗 뒤집어 걸기 – 62배로 확장된, 1 x 2 x 2 반쪽 모형, 2016

솔 르윗 뒤집어 걸기 – 28배로 축소된, 5 부 구성 백색 모듈 조각, 2016

 

측실

신용양호자 – 눈가림 #277, 2016

신용양호자 – 질문하는 긴 코 #278, 2016

신용양호자 – 가면 쓴 얼굴 #279, 2016

신용양호자 – 졸졸 고사리 #280, 2016

신용양호자 – 작고 흐르는 술 장식 #281, 2016

소리 나는 인물 – 환풍 조롱박, 2016

중간 유형 – 귀화한 공명통,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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